※루미네른
※ 종려루미 / 타탈루미 / 토마루미 / 다이루미
※ 캐붕주의 (종려 약캐붕)
※ 의역, 오역 많음
종려의 경우
"루미네, 난 자네를 좋아하고 있네. 나와 교제하지 않겠나."
서투르지만 진심을 담은 첫 고백은, 그 결실을 맺었고 어느새 그녀와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처음엔 손만 닿아도 움찔거리고 쑥스러울 정도로 풋풋한 사랑이었지만 조금씩 안거나 키스 등의 애정표현을 반복하여 이제는 부끄러움 없이 직설적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은 서로 전혀 만나지 못했다.
번개의 신을 만나기 위해 리월에서 멀리 떨어진 이나즈마로 떠나 속세의 주전자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그런 불안이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마음 한구석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윽고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루미네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정말 무슨 사건에라도 휘말려 버린 건가. 아니면 이국에서 그녀를 그리워했던,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까.
단순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머릿속은 그녀의 부정(不貞)까지도 의심하기 시작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떨어져 있었다. 겨우 한 달을 그녀와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뿐인데.
호 당주에게 부탁해 이나즈마에 대한 허락을 받아내어 즉시 루미네가 있을 땅으로 바다를 건너갔다.
어렵게 도착한 이나즈마는 번개신을 만난 이후.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코모레 찻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건물 앞에 서서, 계속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그녀를 마침내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힘차게 문을 열었다.
거기에 있던 것은 사이좋게 개 한 마리를 어루만지는 루미네와 금발의 남자였다.
"이 자하곤 뭘 하고 있었지."
남자의 목에 창 끝을 들이대고 살기를 둘렀다.
깜짝 놀라서 굳은 루미네와 남자, 그리고 안이 아수라장이 되려던 순간, 맑은 여인의 목소리가 언저리에 울려 퍼졌다.
"이 분이 혹시 여행자님의 애인이세요…? 토마?! 지금 무슨…!"
황급히 창을 내리곤 불쑥 나타난 서글서글해 보이는 여자에게 묻는다.
"아, 그래. 토마,라고 했었나. 루미네와는 어떤 관계지?"
"토마는 카미사토 가문을 섬기는 사람이에요. 여행자님하고는 친구이니, 문제가 생길 것은 하나도 없어요."
여행자님도 사랑받고 있었군요,라는 식의 말을 하면서 쿡쿡 웃는 그녀를 보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각했다.
"미안했네. 루미네가 걱정되어 리월에서 왔어."
"리월에서요?! 여행자님, 사랑받고 있었네요. 그리고… 이름을 올리는 것을 잊었네요, 저는 카미사토 아야카라고 합니다. 여행자님의 친구예요."
후후, 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와 루미네의 이야기로 들뜬 나머지 해가 질 때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타르탈리아의 경우
종려 선생님이 루미네와 둘이서 왕생당에 있다는 말을 듣곤 쉴 때, 놀러 가기로 했다. 북국은행이 있는 큰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그녀를 떠올렸다.
내겐 사랑하여 마지않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 루미네는 여행자이면서 전사로서의 무력, 지혜, 인망, 그리고 사랑스러움. 그것들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까지 연애에 조금도 흥미가 없었던 나는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리월을 위기에 빠뜨린 인물로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데이트와 식사, 비경 순찰 등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의 응어리가 풀렸고, 마침내 루미네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 기적의 날로부터 남자친구가 되었지만, 그걸 기회로 골칫거리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루미네는 무서울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찰랑찰랑 바람에 나부끼는 금빛 머리.
커다란 호박색 눈동자.
꽃이 피는 듯한 미소.
매일같이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고 가는 남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조건이 좋은 놈에게 설득을 당해도 '타르탈리아를 좋아하니까 무리'라는 식으로 싹을 잘라 버리니까, 전적으로 신용하고 있었다.
뭐, 뺏겨도 다시 데려오기만 하면 되긴 하지만.
그러나 종려 선생님만은 다르다. 그분도 루미네를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 그래, 잘라버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는 최대의 라이벌. 그리고 현재 그 두 사람이 왕생당에서 오붓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루미네가 선생님과 단둘이 있으면 그녀가 위험해. 거리감이 가까울 수 있는, 그러니까 본디 연인인 나와 루미네만이 용서받을 수 있는 행위들인 키스나 그 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려고 한다. 그때마다 내가 말리고 있지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손이라도 댄다면 참을 수 없으니까. 가진 것을 전부 써서라도 저 바위 신의 숨통을 끊어놓아야겠다.
두 사람 근처에 있는 기둥에 몸을 숨긴 채 모습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루미네의 두 손목을 머리 위에 두고 키스를 강요하고 있었다. 물론 만진 것도 용서 못 하지.
슬쩍, 둘 사이에 끼어들어 루미네의 입술을 훔쳤다.
그래, 루미네는 내 것이니까.
과시하는 것처럼 몇 번이고 입을 맞추자 푸욱, 얼굴을 붉힌 그녀가 제 가슴께로 쓰러지듯 안겼다.
그녀의 머리를 쓰담으며 금빛 머리칼을 귀에 걸어 얼마 전 선물한 가지런하게 붉은 돌이 장식된 피어싱과 목덜미의 붉은 자국을 드러냈다.
난 질투 따윈 안 해. 필요가 없으니까.
왜냐고?
매일같이 온몸에 내 거라고 표시를 해둬서 그래, 하핫.
토마의 경우
"아가씨, 이 근처에 있어요?"
"응, 여행자 님한테 이 길 오른 편에 있는 가게라고 들었어."
오늘은 카미사토 가문의 잡일이 아니라, 아가씨의 쇼핑 들러리 때문에 낮부터 거리에 나왔다. 행선지는 아가씨가 얼마 전 루미네로부터 권유받은 나루카미 섬에서 유명한 소품을 팔고 있는 가게이다. 귀여운 아가씨는 어떤 것이든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드디어 마음에 드는 가게가 보였다. 그곳은 작은 시장처럼 꾸며져 있었고 머리 장식과 귀걸이, 반지 등의 많은 것들이 탁상 위에 진열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녀가 찾고 있는 머리 장식을 고르기 위해 하나하나 가만히 보고 있자, 옆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자 님께 선물을 해보면 어때?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녀를 기쁘게 하는 것도 네 역할이니까."
유난히 푸른 눈동자를 빛낸 아가씨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연인인 루미네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려고 다른 진열대를 훑었다.
마치 꽃과 같은 그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기에,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각국을 여행하는 루미네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많은 친구들과 친목을 쌓고 있는 듯했다. 그건 좋았지만, 그런 그녀를 건드리는 패거리가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내 것이라고, 그렇게 주위에 알리고 싶다. 그런 감정을 품고 있던 참이었다. 문득 그녀에게 어울릴 것 같은 장식을 발견해 무심코 손에 쥐었다.
선홍색의 동백꽃이 금빛 참과 흰 돌로 이어진 귀걸이. 자신이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색상이니, 표시가 되려나.
손에 들린 장식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스쳤다.
"여기가 여행자가 말한 가게야? 대단하네, 장식도 많고!"
"이건… 멋지네. 단풍을 본뜬 것도 있어?"
루미네 목소리와 두 남자의 목소리.
이쪽은 루미네… 그리고 고로랑, 카즈하?
슬쩍 몸을 숙여 그쪽을 바라보자 그중의 한 사람, 카즈하와 시선이 교차했다. 순간 놀란 듯 보였지만, 이내 그 뒤로 그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 깜짝한 사이.
루미네의 오른쪽 뺨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하?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올 뻔한 거친 말을 가까스로 삼키고, 가만히 시선을 보냈다.
그 녀석, 나와 루미네가 연인 관계인 걸 알고도 했어.
심지어 루미네도 싫어하지 않았잖아.
한 대 갈기고 싶어서 발길을 돌리려고 해도, 지금 이 자리엔 아가씨가 있었다. 그래, 자신은 카미사토 가문의 사람이다.
한 남자로서의 자신과 카미사토 가문을 섬기는 자신이 맞서고 있었다. 아무리 판단해도 후자를 버릴 수 없었다.
눈앞에서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손을 대고 있어도 아무것도 못 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적어도 이걸 건넬 땐, 연인으로서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다고 바라며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다이루크의 경우
"오, 명예 기사가 설마 이곳에 올 줄이야. 한 잔 어때?"
카운터 위에 여러 개의 빈 잔을 늘어놓은 케이아는, 그 옆에서 상냥하게 미소 짓는 루미네를 눈앞에 두고, 아주 조금. 포도주를 핥듯이 입에 머금었다. 두 사람이 마시는 것은 와인 특유의 향과 알코올의 쓰림이 꽤 강했다. 술은 싫었지만, 오늘은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미네와는 연인 관계이다. 자신처럼 과묵하고 성실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그녀였고, 당초부터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
실은 케이아가 '별로 진전이 없다면, 내가 낚아채간다?'라며 함축적인 미소를 바로 며칠 전에 보냈기에, 다른 남자가 루미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머리에 떠오르고 말았다. 물론 그런 일은 절대 가만두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주변이 조용해질 무렵. 아직 둘은 남아 있었다. 잔뜩 술기운이 오른 그들을 보다 못해 물을 내오려고 냉장고를 열려다가 등 뒤에서 들려온 루미네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응, 케이아……"
옆에 걸터앉은 그를 껴안은 것이었다. 그게 하필이면 케이아였고. 자신의 의형제에게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니, 이 자리에서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을 가라앉히며 케이아에게 살기를 띤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유유히 루미네의 가냘픈 허리를 감싸듯 팔을 둘렀다.
후, 참지 못할 것 같군. 이런 일은 역시 간과할 수 없어.
"적당히 해. 루미네는 내 연인이다. 그 이상 건드리면 묻지 않고 쫓아내겠어."
치밀어 오르는 질투의 불꽃이 눈동자에 어른거리며 경고했다. 평상시와 조금 다른 자신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알고 있어, 네가 이 녀석을 소중히 하고 있다니, 조금 놀랐을 뿐이야.'라며 말을 남기곤 어디론가 떠났다.
카운터에 엎드려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이 사랑스러워 마지않는 루미네에게 어떻게 남자의 무서움을 알려줄까, 하며 혼자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나는 생각보다 여유가 없는 것 같군.